트럭에 실린 엔진분무기와 물통, 반납 중

들깨를 살린 긴급 물 공급 작전과 비의 기적

7월 11일, 치악산 아래 아나리팜에서는 올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들깨 이식 작업이 있었습니다. 씨앗을 파종해 모종으로 키운 뒤, 적당히 자란 시기에 넓은 밭으로 옮겨 심는 중요한 날이었죠. 하지만 농부의 마음과 달리, 하늘은 전혀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장마가 끝나자마자 무더위가 몰려왔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마른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들깨는 물에 예민한 작물이라 초기에 뿌리가 활착되기 전까지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이식 직후 강한 햇볕이 이어지니, 마른 땅에서 들깨 잎이 시들기 시작했고, 일부는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이 상태로 두면 며칠 내로 절반 이상이 말라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긴급 장비 확보와 물 공급

상황이 급박해지자, 저는 마을 지인을 통해 엔진분무기와 1톤 물통을 급히 빌렸습니다. 엔진분무기는 대량의 물을 고압으로 뿌릴 수 있는 장비라, 밭 전체에 빠르게 물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1톤 물통을 채우는 것과 무거운 물통을 밭까지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트럭에 실린 물통이 덜컹거리며 밭으로 향했고, 도착하자마자 분무기 시동을 걸었습니다. 시원하게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고, 메마른 흙 위로 물방울이 스며들었습니다. 시든 잎이 조금씩 기운을 되찾는 모습은 농부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이틀 동안 아침과 저녁으로 물을 주는 응급 조치를 진행했습니다. 들깨 뿌리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토양 깊숙이 물을 흘려보냈고, 흙이 갈라져 있던 밭은 촉촉함을 되찾았습니다. 작업 내내 땀은 비 오듯 쏟아졌지만, 작물이 살아난다는 희망이 저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비의 선물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물을 준 지 바로 다음 날, 하늘에서 시원한 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단발성 소나기가 아니라, 하루 종일 이어지는 충분한 비였습니다. 들깨 잎 위에 떨어진 빗방울은 마치 축복처럼 느껴졌습니다. 사흘간 이어진 강수로 토양 속까지 수분이 스며들었고, 들깨는 더 푸르게 살아났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죽을 것 같던 밭이 이제는 초록빛으로 물들어, 바람에 살랑이며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부 입장에서 이것만큼 감사한 일은 없습니다.

농사가 가르쳐준 교훈

이번 일을 통해 농사는 타이밍, 날씨, 장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농작물은 금세 위태로워집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엔진분무기와 같은 장비는 평소 자주 쓰이지 않을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작물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필수 도구입니다.

농부에게 날씨는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지만, 준비와 대응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번 경험은 앞으로의 농사에도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가뭄에 대비한 물 저장 시설, 관수 장치 점검, 임시 장비 확보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번 사례는 다른 농민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두었습니다. 실제로 장비를 반납하러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은, 이번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마무리

들깨는 이제 무사히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달 뒤면 들깨꽃이 피고, 다시금 가을 들깨 수확을 맞이하겠죠. 이번 위기를 넘기며 저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습니다. 농사는 끊임없는 변수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하늘의 도움과 사람의 노력이 함께할 때 비로소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말이죠.

📸 이번 사진은 엔진분무기를 반납하는 길에 담은 장면입니다. 위기를 넘긴 뒤라서인지, 평범한 시골길마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트럭에 실린 엔진분무기와 물통, 반납 중
말라 죽던 들깨에 급히 물을 주고, 비 온 뒤 살아난 후 장비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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